[칼럼=미디어전남]김미자 편집국장=정치인에게는 법 이상의 도덕적 신뢰와 명분이 요구된다
그간 숫하게 보아왔던 정치인들의 추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유권자와의 약속을 밥 먹듯 어기고 거짓말도 서슴치 않은 요인이 가장 크다.
더 좋은 정치, 더 올바른 자치를 한답시고 출마해 놓고 당선만 되고 나면 초심은 온데간데 없이 내팽개치기 일쑤다. 게다가 그 느슨해진 틈으로 갖가지 악습이 만연하게 되는데 이것이 곧 구태정치의 전형 코스가 된다.
광주시의 박원순이라던 윤장현 광주시장이 취임 20여일만에 헬기 추락사고 현장 도착시간 '허위' 거짓보고와 관련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윤시장이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도덕적 신뢰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구태의 악습이 드러나는 거짓말이라는 점에서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광주시는 지난 17일 오전 광산구 수완동 성덕중학교 인근에서 소방헬기가 추락하자 당일 오후부터 행정안정부, 소방방재청 등에 '소방헬기 추락사고 수습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
시가 이날 밤 늦게까지 4차례 보고한 '수습 보고서'에 따르면 시 소방본부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 55분께 신고를 접수, 11시 재난안전본부를 꾸렸고 11시 7분께 긴급구조통제단 가동을 시작했다. 윤 시장은 낮 12시에 추락 현장에 도착, 사고수습 등 현장지휘에 나선 것으로 적시했다.
이후 18일부터 20일까지 행안부 등에 매일 수차례 보고한 '수습 보고서'에는 윤 시장의 사고현장 도착 시간이 오전 11시20분으로 40분 앞당겨졌다.
시에 따르면 윤 시장이 사고 당일 관용차로 광주시청을 출발한 시간은 오전 11시 45분께로 시청에서 사고현장까지 거리를 감안하면 낮 12시에 현장 도착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시 내부에서 윤 시장의 대형참사에 대한 '늑장대응' 비판을 우려, 현장 도착시간을 앞당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윤 시장의 현장방문 시각은 낮 12시 전후가 맞다"며 "시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수습상황보고서상 도착시간이 착오 기재된 것은 상황 근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에 윤 시장은 간부회의를 통해 "강원도 소속 소방헬기 추락사고 현장에 (시장이)도착한 시간을 두고 왜 혼선을 갖게끔 하느냐"고 호되게 질책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시장을 억지로 미화시키거나 허위로 보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분명한 경고를 했다고 한다.
이처럼 윤 시장의 사고 현장 도착시간을 앞당겨 허위 보고 한 것은, 얼핏보면 별일 아닌 해프닝쯤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우리사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고질적인 성과주의 단면을 드러낸 것으로 개운치 않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허위보고·거짓말, 이런 것들은 세월호를 통해 너무도 많이 보아왔고 분노했고 좌절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달라질 때도 됐다. 공직자들은 뚝하면 감동행정, 클린행정을 입에 달고 산다. 헛구호에 그치지 않는 진정성 있는 진심 행정을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