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시인의 이번 제8시집에는 자연의 세밀한 표정과 사람을 향한 애틋한 마음, 세월의 흐름 속에서 깊어진 성찰이 132편의 시로 담겼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로 나뉜 시편들은 자연의 순환을 따라가면서도 결국 한 사람의 내면으로 향한다. 꽃이 피고 지는 풍경은 청춘과 노년의 시간이 되고, 바람과 달빛은 지나간 인연을 불러내는 언어가 된다.
윤 시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것은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그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이다. 귀촌 후 10년 동안 마주한 꽃과 나무, 텃밭과 정원, 시골의 고요한 새벽은 단순한 전원생활의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자연은 시인에게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말로 다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속에서 사람과 시간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 그것이 시를 쓰는 마음의 출발점이다.
표제작 ‘당신의 그리움은 어느 계절에 있나요’는 이 같은 윤 시인의 시선을 집약한다. 계절마다 정성을 들여 가꾼 꽃을 바라보다 문득 자신의 청춘을 돌아보고, 꽃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그리움을 삭였던 시간을 떠올린다. 한창 아름다울 때는 알지 못했던 시간의 의미를 뒤늦게 깨닫는 마음이 담담하게 번져간다. 윤 시인은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의 그리움은 어느 계절에 머물고 있는가. 질문은 시인의 내면에서 출발하지만, 어느새 독자 자신의 기억과 사연을 불러내는 울림으로 확장된다.
‘봄을 기억하는 당신께’에서도 계절은 추억을 깨우는 매개가 된다. 꽃샘바람이 부는 들녘의 밭이랑을 오선지에 비유하고, 미완의 첫사랑처럼 울컥 쏟아지는 봄 햇살을 누군가와 함께 그리고 싶다는 마음을 노래한다. 자연의 풍경에 사랑과 기다림의 감정을 포개는 윤 시인의 언어는 화려한 수사보다 소박한 진심으로 독자의 마음에 다가선다.
이번 시집에는 기쁨과 설렘만이 아니라 상실의 깊은 그늘도 드리워져 있다. 윤 시인은 시집 원고를 정리하던 중 젊디젊은 막내 남동생을 하늘로 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그 충격은 일상의 시간을 멈추게 했고, 한동안 글을 쓰는 일마저 내려놓게 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은 쉽게 언어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비워진 마음과 사무치는 그리움은 결국 다시 시를 향하게 하는 힘이 된다. 시인의 말에 담긴 고백처럼, 모든 것을 비운 투명한 마음으로 다시 글을 쓰겠다는 다짐은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정서다.
윤 시인은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을 참회하는 일 같다”며 “귀촌 후 시골살이 10년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신비롭고 비로소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전원생활이 좋았던 날들 가끔은 정원을 가꾸며 행복했고 새벽에 홀로 깨어 시를 끄적이던 시간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한구절이라도 누군가 가슴에 사무칠 수 있다면 주저 없이 글 쓰는 일이 행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태운 시인은 추천사 ‘모든 이에게 그리운 계절을 안겨준 시집’에서 “윤영초 시인의 시는 화려한 수식으로 치장된 문장이 아니다. 삶의 깊은 바닥을 지나온 투명하고 진솔한 호흡으로 독자의 가슴을 조용히 적신다”며 “시인의 시어는 억지스럽지 않다. 자연스럽게 피어나 마당 한 켠의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러 깊은 여운을 남긴다”고 적었다.
또 김병래 시인은 서평 ‘고향 하늘 같은 그리움의 시학’에서 “윤영초 시인은그리움을 그리움으로 조형화해 시를 쓰는 그리움의 시인이다”며 “시인의 시는 한마디로 봄꽃처럼 은은하고 부드럽다. 난해성이나 까다로운 수사학이 없고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이어서 읽기에 아무런 부담이 따르지 않는다. 이는 오랫동안 많은 시를 쓰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독창적인 기법이 아니겠는가”라고 평했다.,
한편 윤영초 시인은 ’신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우리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자’, ‘그대를 내 맘에 담아둘 수 있다면’. ‘그리움에 목마른 영혼아’, ‘사랑, 그 아프고 아름다운 그리움’, ‘내 영혼이 아름다운 날들’, ‘꽃보다 향기롭고 아픈 건 그리움이더라’ 등 7권의 시집을 펴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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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3(토) 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