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질 않는 사학비리 근절" 권력형 청탁, 학생 감소 따른 교원 채용난도 비리 부채질
재정결함보조금 받지만, 위탁 채용-청탁 근절 강건너 불
"교직 장사 안돼, 전수조사" vs "고유권한과 자율성 침해" |
[광주=미디어전남]양승만 기자 = 75개 학교 5만7997명. 올해 3월 현재 광주지역 사립 학교수와 재학생수다.
국·공·사립을 모두 합친 것의 각각 23.5%와 28.3%에 이른다. 광주시내 학교 4곳 중 한 곳, 초·중·고생 4명 중 한 명꼴로 사립인 셈이다. 광주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중하다.
그러나 '교육의 질'을 담당할 교사 채용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내부 잡음은 물론 권력형 청탁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구조적 모순도 양파껍질 마냥 한없다.
유명 사학인 N학원에서는 가족 관계인 법인 이사장과 이사, 법인실장이 주도한 내부 비리가 속살을 드러냈고, 인근 Y학원은 전 광주시의회 의장이 개입된 채용 사기로 구설수에 올랐다.
N학원 산하 중·고교 일부 교사들은 법인 실세들과의 '직거래'로 바늘구멍으로 인식되는 정교사직을 얻었고, 또 다른 일부 구직자들은 지방의회 의장이라는 선출직 공직자를 통한 '우회 취업'을 시도, 1인당 8000만∼1억원을 뜯겼다가 뒤늦게 돌려받았다.
N학원 실세 3인방은 구속기소됐고, 취업사기극을 벌인 조영표(54) 전 광주시의회 의장과 고교동창 겸 브로커 이모(54)씨, 이씨의 고향 선배이자 교감급 교원인 또 다른 이모(55)씨 등 3명도 줄줄이 사법처리됐다. 채용 비리를 통해 이들이 챙긴 돈만 수억원에 이른다고 검찰과 경찰은 밝혔다.
사학의 채용비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모 사학에서는 수년 전 교사들이 "8000만원을 내고 정교사 전환 조건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또 다른 사학에서는 2년 전 정규교사 채용과정에서 출제문제가 사전 유출되고 평가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과목별 '거래가'도 달라 예체능 교사직의 경우 한 사람당 1억 원이 훌쩍 넘는다는 것은 은밀한 공식이 된 지 오래다. 광주지역 한 교원은 "속된 말로 '3년 만 일하면 본전을 뺀다'는 말까지 한다"며 "결국 채용비리도 '흙수저'들에게는 딴나라 얘기"라고 말했다.
이같은 은밀한 채용은 이사장의 친인척, 법인이사의 직계 자손, 교육계 고위 관료의 친인척 등이 주된 수혜자로 거론되며, 일부 '품앗이 채용'도 도마 위에 오른다.
이웃한 학교 또는 법인끼리 한 명씩 밀어주기 채용을 하는 것으로 과거에는 2개 학교가 번갈아 채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엔 이목을 피해 3∼4개 학교가 돌아가며 다중 품앗이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선 '특정 학교에 유력 정치인이 특별교부금(국비)을 이른바 '쪽지예산'으로 내려준 뒤 채용을 부탁했다'는 의견도 무성하다. 한 사립 교사는 27일 "'저 선생은 누구라인이다'. '누가 소개해서 들어왔다'는 식으로 소문이 다 나 있는 곳이 많다"고 귀뜸했다.
1987년 교육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 처음으로 광주 학생수가 20만명 이하로 내려가고 그에 따라 교사 정원이 급감해 교직이 하늘의 별로 여겨지면서 취업 경쟁이 심화된 점도 뒷돈 채용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교직 사고팔기'를 뿌리뽑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사립학교 교사 채용시 1차 필기시험을 공립교사 전형에 따라 선발토록 위탁 채용이 실시 중이지만 사학들이 "건학이념과 자율권 침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필기위탁 비율은 최근 5년 간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법정전입금은 쥐꼬리 수준을 맴돌고 있다. N학원 산하 D여중·고의 지난해 법인부담금은 각각 1.8%, 1.7%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교단과 시민단체는 사립교사 위탁채용을 강제할 수 있도록 법적 구속장치를 조속히 마련하고, 법정전입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사학에는 관선이사를 파견하는 등의 실질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사학 법인의 감사기능 강화와 독립기구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교조광주지부 장영인(51) 사립위원장은 "사학이 학교를 사적인 영역으로 여기고 채용 관련 공적시스템이 부실한 것이 문제"라며 "최근 5년 간 정교사를 채용한 사학을 대상으로 채용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했는지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 사학비리 척결을 위한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사립교사 인건비는 물론 학교가 내야 할 4대 보험료마저 세금에서 충당하고 있는데 보험료만 1년에 100억원이 넘는다"며 "사학의 체질 개선과 혁신,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학교는 교직장사하는 곳이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