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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나’라는 착각

2014-06-26(목) 14:25
[칼럼=미디어전남] 논설위원 최수호 = 어느 날 열 살짜리 남자 아이가 혼자 저녁을 먹고 늦게 돌아오는 엄마를 생각하여 설거지를 할 생각을 했다.

아이는 의자를 갖다 놓고 엄마가 쓰던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떨어뜨려 깨고 말았다.

그때 마침 엄마가 들어와서 이 광경을 보고 “너 싱크대의 과자를 훔쳐 먹으려다 그랬지! 어서 내 방에 가서 공부나 해”라고 화를 냈다. 아이는 말없이 공부방을 향했다. 아이가 잠든 후에 엄마는 아이의 책가방에서 우연히 일기장을 보게 된다.

“엄마는 매일 지쳐 보인다. 오늘은 엄마를 즐겁게 하려고 설거지를 했다. 그런데 미끈거리는 헐렁한 고무장갑 때문에 유리접시를 떨어뜨려 깨고 말았다. 엄마를 속상하게 해서 미안했다.” 엄마는 잠자는 아이의 작은 손을 살포시 잡고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에는 이슬이 맺혀있었다. 이 이야기 속의 엄마처럼 우리는 자신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믿었던 생각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후회했던 순간들을 체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처럼 생각은 사실과 다른 경우가 허다하며, 상황에 따라 수시로 들쑥날쑥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기 일쑤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생각한 걱정거리들의 40%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이고, 30%는 이미 일어났던 것들이고, 22%는 지극히 사소한 일들이고, 4%는 걱정한다고 바뀔 수 없는 일들이고, 나머지 4%만이 실제로 자신이 변화시켜야할 일들이며, 나머지 4%도 사실은 그냥하면 될 일들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생각들이라고 한다.

결국 생각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괜한 에너지낭비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생각은 사실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생각들의 대부분은 온갖 걱정들로 점철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생각들은 별로 쓸모없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삶을 살줄 알아야 한다.

그러함에도 사실도 아니고 쓸모도 없는 생각들에 짓눌려 두고두고 고통을 불러들여 몸에 독을 퍼트려서 화병, 우울증, 두통, 암과 같은 병을 유발하게 한다. 이런 현상은 떠오르는 생각을 ‘나’라고 착각하여 허상인 ‘내 것’을 버리지 못하고 ‘나의 생각’에 집착함으로써 각자가 자기생각의 통제를 당하고 사는데서 비롯된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생각을 통제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생각이 우리를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생각은 확실히 ‘나’가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따라서 생각은 ‘나’로부터 때어놓을 수 있으므로 내 것도 아닌 생각을 내 소유물로 여겨서 화를 불러들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인간은 한순간에 한 가지만 생각하지 한 순간에 여러 가지를 동시에 생각하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생각을 선택했다면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한 가지 생각에 온전히 몰입하여 그 생각에 함몰해 버린다.

그러나 우리는 한순간에 단 한가지로만 생각할 수 있다고 해서 그 한 가지 생각이 전부가 아니라 여러 가지 가능성이 합쳐져 전체인 한 생각을 이룬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한 순간에 단 한 가지 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에 파묻혀버리는 자기만의 고유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 망가지는 것은 잘 못된 선택인줄 알면서도 자기가 선택한 생각에 알맞은 당위성만 찾아 붙이면서 그 생각을 붙들고 살기 때문이다.

그러니 과거에 선택한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파악하는 순간 그 생각은 원래 ‘내 것’이 아니라 잠시 빌려 쓴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빌려온 곳으로 되돌려주지 않은 생각은 파리가 달라붙듯이 머릿속에 달라붙어 인생을 망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하루 평균 5만 가지의 생각들을 한다.

이렇게 피어오르는 생각들의 90%이상은 부정적인 것들이다.

그러니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품고 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고통의 뿌리는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생각은 내 머릿속에서 나온 나의 일부라고 착각하여 한사코 내 머릿속에 가두어두려고만 한다. 하지만 생각은 자신의 머릿속에 가둬두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무(無)에서 피어올랐다가 다시 무의 공간으로 스스로 돌아가고 만다.

그런데 생각이 바로 ‘나’라고 여겨버리면 화도, 슬픔도, 욕심도, 절망도 몽땅 내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러면 화 덩어리, 고통 덩어리, 스트레스 덩어리, 절망 덩어리를 머릿속에 짓눌러놓고 별의별것들을 모두 ‘나’라고 여기고 그들을 안고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그러니 “모든 생각들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고 진정으로 선언하고 잘못한 선택을 훌훌 털어버려라.

이렇게 내 안에 가득한 모든 쓸모없는 생각들을 싹 지워버리면 행복이 이미 그대들의 곁에 와 있을 것이다.

인생은 과거의 쓸모없는 생각들을 담아두고 살기에는 너무도 짧다.
기자이름 /미디어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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