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동의 없는 변전소 설치 결사반대”…곡성 삼기면 주민들, 한전 앞서 ‘전면 백지화’ 촉구

“6명 추천했는데 삼기면 몫은 2명”…입지선정 과정 공정성·대표성 정면 문제 제기
“활력타운 인근에 초고압 시설 웬 말”…주민들 “후손과 삶의 터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대응”

2026-10-02(금) 16:36
한전 송변전소 백지화를 위한 곡성군민·삼기면대책위원회와 삼기면 주민들은 지난 1일 오전 10시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민 동의 없이 진행된 입지선정 절차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곡성 제2변전소와 송전선로 건설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송변전소 백지화 삼기면대책위원회 제공
[미디어전남 제갈대종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곡성 제2변전소와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삼기면 주민들의 반발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송변전소 백지화를 위한 곡성군민·삼기면대책위원회와 삼기면 주민들은 지난 1일 오전 10시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민 동의 없이 진행된 입지선정 절차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곡성 제2변전소와 송전선로 건설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앞서 삼기면 주민 150여 명은 지난달 23일 곡성군청 앞에서도 집회를 열고 입지선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주민들이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것은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과 후보지 결정 과정이다.

대책위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한전은 곡성 제2변전소와 송전선로 입지를 추진하면서 곡성군에 삼기면과 겸면 주민 가운데 ‘주민대표 6명 이상’을 위원으로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주민들은 실제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입면 6명, 삼기면 2명, 겸면 2명 등으로 지역별 대표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성명에서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에도 지역별 균등 위촉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삼기면 주민의 생활권과 직결된 사안을 삼기면 주민의 충분한 참여 없이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입지선정위원회 이후 자체 대안위원회가 당초 후보지에 포함되지 않았던 삼기면 제3의 지역을 최종 입지로 선정했다며 결정 과정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같은 ‘편법’, ‘불법적 행태’, ‘사전 결정’ 등의 표현은 이날 대책위와 주민들이 제기한 주장으로, 실제 절차상 위법 여부와 후보지 확정 과정에 대해서는 한전 측의 설명과 관련 자료 확인이 필요하다.

주민들은 후보지 주변의 정주 여건도 문제로 들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전기가 필요하고 변전소도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시설은 들어설 수 있는 곳에 들어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삼기면에는 활력타운이 있고 외지에서 들어와 집을 짓고 정착하려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며 “이런 지역에 변전소와 송전시설이 들어선다면 누가 봐도 지역의 정주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곡성군은 삼기면 러스틱타운 고도화 등 지역 정주 기반 확충 사업을 추진해 온 것으로 확인된다.

또 다른 주민은 한전 관계자와 직접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후보지 결정 내용을 주민들에게 사실상 통보하는 방식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 주민은 “누구 마음대로 결정을 내리고 주민에게 우편물을 보내느냐고 항의했다”며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와 설명이 먼저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정보공개 과정도 문제 삼았다.

성명서에는 주민들이 한국전력공사에 곡성 제2변전소 사업과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영업상 비밀 등을 이유로 상당 부분이 공개되지 않았고, 공개된 자료도 회의 결과 보고서 수준에 그쳤다는 주장이 담겼다.

주민들은 후보지 평가 기준과 위원회 운영 과정, 후보지가 변경된 경위 등 사업 추진의 핵심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주민 간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오히려 사업 초기부터 판단 근거와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들에게 결과만 받아들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전 송변전소 백지화를 위한 곡성군민·삼기면대책위원회와 삼기면 주민들은 지난 1일 오전 10시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민 동의 없이 진행된 입지선정 절차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곡성 제2변전소와 송전선로 건설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송변전소 백지화 삼기면대책위원회 제공

이날 집회에서는 사업 백지화 요구와 함께 주민들의 장기 대응 의지도 잇따라 나왔다.

한 고령 주민은 “나이가 들었지만 후손과 삼기면의 땅을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각오로 나왔다”며 “마을 이장들과 주민들이 움직인다면 마지막까지 뒤따라가겠다”고 말했다.

대책위 역시 성명을 통해 “송변전소 건립을 강행한다면 주민들이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주민 동의 없는 곡성 제2변전소·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 전면 백지화 ▲입지선정 과정과 관련한 한전의 설명 및 사과 등을 요구했다.

곡성 제2변전소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단순한 시설 입지 문제를 넘어 입지선정위원회의 대표성, 후보지 변경 과정, 정보공개 수준, 농촌 정주정책과 송전시설의 양립 가능성을 둘러싼 문제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달 곡성군청 앞 집회에 이어 이날 한국전력공사 앞까지 주민 행동이 이어지면서, 향후 한전이 후보지 선정 과정과 주민 대표 구성, 대안위원회 결정 경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주민들과 다시 협의에 나설지가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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