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임자 대광해변 어디까지 가봤니…박우량의 꿈과 감춰진 볼거리

2023-05-21(일) 20:20
[미디어전남 고규석 기자] 박우량 군수의 황석어(黃石魚)의 꿈을 찾아 신안 임자도로 향했다.

임자도로 가는 길은 가도 가도 황토밭이 이어지고 이어졌다. 길 양편에는 금계국이 만발해 길을 묻지도 않았는데 황금빛 손을 흔들어 가는 길을 일러줬다. 모내기가 한창인 논들이 모눈종이처럼 펼쳐졌다.

뚝 뚝 떨어지는 황석어의 금빛을 떠올리며 싯누런 금으로 물든 금계국의 환호를 받으며 주마간산으로 지나치다보니 박우량의 황금빛 꿈이 파노라마 되어 스쳐가는 것 같았다.

1시간여를 달리자 임자대교가 학 날개의 위용을 자랑하며 우아한 자태를 드러냈다.

튤립축제와 블루 플래그 국제해변 인증을 받아 더욱 유명해진 대광해수욕장이 있는 홍매화의 섬 임자도! 그 이름만으로도 민어 병어가 떠오른다.

12㎞에 걸친 모래사장이 하현달모양을 그리며 12폭 병풍으로 펼쳐지는 순간, 숨이 멎었다. 아 아 감탄사와 함께 ‘광활하다’는 어휘를 떠올렸다. ‘광활하다’는 의미를 이곳 대광해변에 와서야 가늠하게 됐다.

해변에는 1004의 꿈과 비전을 안고 갈기를 휘날리며 검푸른 바다를 향해 내달리는 5마리 준마가 금세라도 바다에 뛰어들 듯 용맹을 자랑해 시선을 강탈했다.

승마 관광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이곳 대광해변에서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해변 승마 축제가 열린다.

깡다리는 ‘강달어’라고 불리는 생선으로 지역에 따라 황석어, 황새기, 깡다리로 불리며 주로 5~6월에 잡힌다. 1970년대에는 신안 임자도 전장포에서 파시가 열릴 정도로 유명했다.

공교롭게도 기자가 찾아간 날은 21일 일요일.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깡다리 대신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병어로 금강산도 식후경 했다. ‘편안한 횟집’ 주인은 참 친절했다.

대광해변 주변을 톺아보기로 했다. 튤립으로 유명한 곳, 따라서 2010년 4월 문을 연 신안 튤립공원으로 시위를 당겼다. 화려한 튤립은 님은 가고 없지만 꽃대만 덩그러니 남아 밀지 않는 턱수염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숨겨진 볼거리를 만나는 즐거움은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다.

철지난 겨울바다처럼 튤립공원도 나름 멋진 속살을 소매 속에 감추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튤립에 기가 죽은 풍경들이어서 더욱 빛을 발했다.


진흙탕 물속에서도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도도히 꽃을 피우는 연꽃을 보며 박우량 군수를 떠올렸다./ 고규석 기자

먼저 발길이 멈춘 곳은 수생 식물이 자라는 연못이었다.

진흙탕 물속에서도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도도히 꽃을 피우는 연꽃을 보며 박우량 군수를 떠올렸다.

흰 연꽃을 바라보는 순간 박 군수의 얼굴이 오버랩 됐다. 박 군수를 욕할 일만은 아닌 것 같아서다. 절로 고개가 흔들어졌다. 이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해 놓은 것만으로 칭송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염화시중의 미소가 되어 화선지에 먹물이 스미듯 번져갔다.

특히 노랗게 수줍은 듯 미소를 우는 수선화는 지중해를 떠올리게 했다. 파스텔 색으로 물든 지중해 해변에서 산책을 즐기는 한 여인의 미소가 바람에 나풀거리는 것만큼 아름다웠다. 고흐의 그림을 닮았다.


토피어리 동산 전경. /고규석 기자

수생 연못을 지난 조금 들어가자 현란한 자세를 취한 토피어리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참으로 절경이었다. 비록 인위적으로 조성해 놓았지만,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핫 플레이스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각양각색의 동물 형상이 신비롭기까지 했다. 박인희 대광개발사업소장은 공룡의 이미지를 축소해 놓은 사실상 조각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100여점이라고 한다. 들어간 공력을 생각하니 절로 숙연해졌다. 박우량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가슴속을 파고드는 장면이었다.
공룡을 형상화한 100여점의 조각 작품들 /고규석 기자

박우량은 튤립공원에 자신의 이름을 어느 곳 한군데에도 새겨놓지 않았지만 기자는 여러 곳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박우량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어서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이 같은 생각이 지워지지 않고 계속 앞 차창에 서성거렸다. 와이퍼를 켤 수밖에 없었다. (이 지면을 빌어 이날 취재에 도움을 주신 박인희 소장에게 감사드린다) /고규석 (편집국장)

보는 관광객을 압도하는 대형 민어 조형물 /고규석 기자

#팁 볼거리. 대광해변 입구에는 국민 관광지답게 민어 조형물이 압도한다. 그래서 쓴 시 한편

멀리 인도양에서 서해까지 날아오던 새였어./ 지느러미가 오래 전 퇴화되어 버린 그 날개야/ 거센 물살 가를 때 새의 본능은 살아있지//
물고기 이름 앞에 백성 민(民)자를 새겨/ 살점 발리어 서덜만 남더라도 민초로 살아가겠다는 꿈/ 무모해도 괜찮아/ 언젠가 그 무모한 꿈에 꽃필 날이 올 거니까/ 하늘을 난다고 다 새가 아니듯/ 날개가 없다고 날 수 없는 건 아니거든//
은하수 헤엄쳐 가는 밤의 열대어들 봐/ 별똥별은 한 줌 재로 사위는 그 순간까지/ 새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걸/ 단 한번 만이라도 죽을 힘 다해 날아본 적 있니/ 안 그래, 네 꿈을 위하여 기도는 해 봤니//
가끔 수라상에 오른 네 모습 상상하지/ 그 때마다 우리들의 왕을 떠올려/ 청순하면서 고소하고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맛/문득, 서민의 피고 살이겠거니 하여// (기자의 졸 작 ‘민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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